조언하기 휘발 직전의 단상

  




  살다보면 충고 혹은 조언을 해주는 상황이 생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때는 '조언을 해주는 자''조언 받는 자'의 포지션이 발생한다. 조언을 해주는자는 문제 상황을 먼저 경험하고 이를 해결해 봤다고 '간주되는' 사람이다. 조언을 받는자는 문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몰라 헤메고 있다고 '간주되는' 사람이다. 내가 여기서 '간주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면 흔히 우리는 조언을 해준다는 미명 아래 훈수를 두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조언 받는 자는 실제로 조언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새삼스럽지만 조언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이다.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하는 부분은 조언이라는 행위가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며 이는 대화의 하나라는 것이다. 대화는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을 해보면 어떨까? (인위적인 이분법의 위험을 떠안고 분류하자면) 조언을 구하는 것과 조언을 해주는 것은 다르다고 말이다. 남이 조언을 구할 때는 진짜 상대방이 급해서 나에게 요청하는 것인데 조언을 해주는 것은 조금 맥락이 다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조언을 줄때는 '도움'의 외피를 씌운 훈수일 때가 많다. 우리 안의 꼰대성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내게도 정말 피가 되고 살이되는 조언들이 있었다. 그 많은 조언들 때문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듣는 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인 똥같은 조언들 역시 또 얼마나 많았는지. 조언 같지도 않은 조언을 들으면서도 끄덕끄덕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식의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은 권력관계 때문이었다. 그 앞에서는 끄덕끄덕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얼마나 구역질이 났던지.

 

  아직도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구한다면 망설여진다. 도움을 주고 싶지만 혹시나 실수를 할까봐 꺼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름의 해결책이 떠올랐으니 그것은 나의 실수담을 들려주는 것이다. 내가 과거에 이런 실수를 했고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수준의 이야기다. 사실 그것이 실질적인 조언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바라는 바는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나도 너처럼 별거없다. 해결책 따위는 모르겠고 나도 헤메는 와중이니 같이 머리를 맞대보자?' 정도로 선을 긋는다. 사실 조언을 구하는자는 나로부터 해답을 듣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언자는 단순히 앞에 서 있는 사람일 뿐 주저리 주저리 떠들면서 뒤엉킨 생각을 하나 하나 명쾌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조언을 구하는 자의 몫이다. 그냥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둘의 관계 유지에 있어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글

  • 촌장과춤을 2016/02/22 12:15 # 답글

    그냥 듣고 꽂히면 진정한 조언이고, 거슬리면 꼰대질이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해봅니다.
    상대방의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우리 내면을 그대로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이 결국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조언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글쓴님처럼 피와 살이 되서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고,
    꼰대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고 지속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겁니다.

    지나가다가 잘 읽고 갑니다.
  • 섹사 2016/02/22 12:34 #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내면을 그대로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거기에 있으니까요.
  • 공간집착 2016/02/22 12:58 # 답글

    잘못 말 꺼내면 틀어짐이 심해서 사고가 터지니 그냥 들어주는게 매너죠...
  • 섹사 2016/02/22 13:07 #

    그렇죠. 일단 들어주는게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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