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A에게 휘발 직전의 단상

논문 쓰기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후배 녀석을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판단된다.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의욕은 좋은 녀석이라 좋은 성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후배를 보다가 딱 2년 전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감정이 미묘해졌다.

 

관심사가 공유되는 집단이 아닌 이상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이가 100%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실은 지도 교수마저도(물론 케바케입니다만) 제자가 쓰는 글에 대해서 100%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글쓰는 이는 다음과 같은 철칙을 믿으며 글을 써내려가야 한다. 1. 불투명하고 어지럽게 흩어진 생각의 단편들을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리하는 것 2. 이를 동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연 후자다.

 

글 쓰는 이는 타인과 학문적 대화를 하려면(학문적 대화가 아닌 일상 대화에서도) 말을 줄일 필요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100% 쏟아낸다면 돌아오는 것은 200%의 침묵일 가능성이 높다. 듣는 이의 준비도를 고려하지 않고 맥락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후배의 모습을 보며 논문 쓰던 시절에 나를 보았다. 사실 진정으로 도움을 갈구하려면 자신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만 듣는 이도 이 사람이 정말 절박하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주게 되니까.

 

사실 아직도 어떤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가 논문 쓰던 시절에 나에게 논문 아이디어를 전해 듣던 사람들은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하는 점이다. 묵묵히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던 그 사람들은 짐승같이 달려드는 나를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여튼 간에 나랑 비교해보면 후배 녀석은 워낙 점잖은 녀석이라 앞으로 더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것이다. 그 후배가 성장하여 먼 훗날에 자신과 똑 닮은 후배를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에 잠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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