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향음악사 휘발 직전의 단상

90년대 신촌 문화를 상징하는 향음악사가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계속 운영한다고 하지만 내심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PC통신 끝물 세대였던 나는 유니텔의 브릿팝 밴드 팬카페 활동을 통해서 향음악사를 처음 알게 되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유니텔에서 활동하던 많은 이들이 신촌을 오프라인 정모의 장소로 이용했었다. 약속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레코드를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을 구입하던 것이 이제는 추억이 된 것이다. (이런 문화들 때문에 한때 진학 목표가 연세대였더랬지)


▲ ⓒ내외뉴스통신

 

당시 향음악사는 컬렉션이 다양했다. 특히 나의 고등학교 시절 해외 음반에 대한 국내 라이센스 정책은 엉망이었다. 멀쩡하게 라이센스된 앨범이 전량 수거되어 라이센스를 유보하는 일도 있었고 엉뚱한 이유로 라이센스가 허가가 안되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기왕이면 몇천원 더 얹어서 수입음반을 많이 구입했었다. 향에서 구입한 가장 기억에 남는 음반은 Smashing Pumpkins의 부트렉과 뮤즈의 Showbiz 수입반이다.

 

향음악사가 내게 남겨준 의미는 능동적으로 음악을 찾아서 듣게 해준 점이다. 지금이야 음원 사이트가 선곡한 곡을 아무 생각없이 플레이 하지만 말이다. 계속하여 누군가는 노래를 만들고 유통하고 구매할 것이며 음악 산업의 생태계는 계속 변화할 것이지만 지나간 것을 기억하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오늘밤은 향음악사에서 마지막으로 구매한 앨범인 Manic Street Preachers의 Holy Bible이나 들어야겠다.  



덧글

  • 조훈 2016/03/07 17:16 # 답글

    십여년 전에 저기 알바도 했었는데
  • 섹사 2016/03/07 17:26 #

    추억이 많으시겠습니다~
  • 밤신사 2016/03/08 10:56 # 답글

    고교시절에 급식비 아껴 향뮤직으로 CD사러 가는게 일이었는데
    돌아오는 길 부클릿을 구경하며, 음악을 듣는게 참 행복했는데 말입니다.
    핫뮤직도 사라지고 향뮤직도 사라지네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애플 뮤직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오늘은 CD 구경 좀 해야겠습니다.
  • 섹사 2016/03/08 11:46 #

    저도 요즘은 벅스로만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CD가 주는 물질성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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