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빼.다.기 - 나만 빼고 다 아는 이야기 #1 공습과 인종주의 휘발 직전의 단상


  여기서 '나'는 저자입니다. 저거 나 아는 이야기인데? 빼애애액???? 하지 마시길.

  지난 주말 학생들을 데리고 '군함도'를 관람했다. 큰 기대를 안했던 터라 실망도 없었다. 류승완? 끄덕끄덕. 강제 징용이라는 을씨년스러운 삶의 재현을 통해 식민지를 견뎌내는 인간의 삶을 잠깐이나마 떠올려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애들은 차라리 "덩케르크"를 보여달라고 지랄을 한다. 영화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할 이야기는 없고...퍽 화려해 보이는 캐스팅이지만 역시 이경영만한 배우는 없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습이다. 공습이란 영어로 air raid, 공중에서 군사목표나 비군사목표를 습격하는 것을 일컫는다. 근데 갑자기 왜 공습이냐고? '군함도'에 공습 장면이 나와서. 공습은 전쟁의 비인간성을 극대화시킨 전술이다. 공습을 이해하는 것은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알 수 있다. 

  공습에 대한 좋은 참고자료는 김태우의 "폭격"(창비, 2013)이다. 김태우는 1장 '폭격의 역사:개관'에서 공습의 소사를 제시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습은 2차대전 이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1차대전은 '참호전'이라는 키워드가 말해주듯이 육군의 전투였다. 독일의 제펠린과 고타가 존재하긴 했으나 그 피해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줄리오 두에의 <제공권The Command of Air>(1921)은 공습에 대한 기념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1차대전 당시 육군의 작전을 비판하면서 '지형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나 공격에 임할 수 있는 공군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논리를 따르면 제공권의 상실은 지상작전과 해상작전의 실패, 즉 전쟁의 패배나 다름 없었다.

  아울러 두에는 전략폭격, 전술폭격과 같은 개념도 명료화하였다. 전략폭력이란 적의 전쟁수행능력과 의지를 없애기 위한 공군의 폭격작전이다. 전술폭격은 지상부대와 해상부대의 작전을 돕기위한 공중폭격이다. 여기서 전략폭격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이후 휴 트렌처드, 아서 해리스, 빌리 미첼 등 사실상 '전쟁범죄의 변호인'이라 불러도 무방한 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서 해리스는 지역 폭격이라는 개념으로 적의 전쟁수행의지 파괴를 현실화 시켰다. 

   보다 정밀해진 폭격능력으로 말미암아 2차대전 기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폭격으로 얼룩져갔다. 대표적으로 에스파냐의 게르니카 폭격이 있다. 이것이 가져온 충격으로 당대의 화가 피카소는 "게르니카"라는 작품을 통해 공습이 가져온 공포를 가시화시켰다. 폭격에 대한 재밌는 성찰이 나타나는 부분은 유럽과 일본에 대한 폭격 전략의 차이점이다. 당시 미국은 영국과 협력하여 독일을 상대하고 중국과 협력하여 일본을 상대하고 있었다. 영국과 미국의 공군은 서로 협력하여 독일을 폭격했는데 영국은 소이탄을 활용한 야간 지역폭격을 구사한반면 미군은 고성능 폭탄을 활용한 주간 정밀폭격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유럽에서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철구식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개새끼를 어떻게 그렇게 소이탄 태워가면서 잔인하게 죽일 수 있습니까? 네? 무차별적으로 죽일게 아니고 중요한 군사적 목표물만 공격하세요. 아시겠어요? 인정?

  그러나 저자는 곧바로 마크 셀던과 로널드 샤퍼의 반론을 보여주면서 유럽에서 미국이 그렇게 젠틀하지 않았다라고 은연중에 주장한다. 이 구역에 미친 놈은 나치가 아니고 바로 나. 특히 끝까지 유럽에서는 야만적이라며 소이탄을 사용하지 않았던 미국이 대일본전에서는 소이탄을 밥먹듯이 사용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태평양 전쟁을 분석한 많은 학자들이 인종주의에 주목하는 부분이다. 태평양전쟁기 연합군의 남서태평양지구 지상군 총사령관이었던 토머스 블레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인간이 아닌 "원시적인 어떤 것들" 혹은 "해충"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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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7/07/31 16:44 # 삭제 답글

    당시 미국에도 논란이야 있었지만... 르메이는 " 저 밑의 스즈키는 군용 볼트를, 옆집 하루노보는 군용 너트를 만들고 있을 뿐이야. 이런 걸 가내수공업이라 하지 "라고 주장했다더군요.
  • 하니와 2017/07/31 23:03 # 삭제 답글

    "태평양전쟁기 연합군의 남서태평양지구 지상군 총사령관이었던 토머스 블레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인간이 아닌 "원시적인 어떤 것들" 혹은 "해충"일 뿐이었다"

    전쟁중인 지상군 총사령관의 적에 평가가 이런건 극히 정상 아닌가요?
  • ㅇㅇ 2017/08/01 12:41 # 삭제 답글

    함부르크 폭격을 할 때 소이탄을 활용해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소이탄 폭격을 영국군만 한 것일까요?
  • 1234 2017/08/01 17:07 # 삭제 답글

    야간에 영국군이 소이탄으로 탈만한건 다 태워버리는데 주간에는 그걸로 파괴하지 못할만한것들..을 폭탄으로 날려버려야지요. 일본을 폭격하는덴 밤에 소이탄으로 다 태워버릴 영국군이 없으니..직접해야죠. 뭐가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지를 보고 쓰는거지 거기에 인종주의는 좀 너무나간 해석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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